코스 ㅣ COURSE


국내&국외설계자가 본, 대한민국 최고의 홀들 ③ 이현강

노수성
2026-07-21
코스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환경의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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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강이 설계한 르오네뜨. 


코스나 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설계자 4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궁금증을 담은 공통 질문을 정리해 서면으로 보냈고, 답을 받았다.


Q : 설계자가 코스를 설계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

거의 모든 설계자가 자연과의 교감, 전략성 강화, 편안하면서도 흥미로운 코스 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완성된 모습은 저마다 다르다. 


결국 코스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환경의 맥락'이다. 설계자는 그 환경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를 만드는 연출자이며, 그 무대 위에서 플레이할 골퍼의 연기와 감정을 상상하고 기대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설계자가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터에 담긴 맥락을 읽고 풀어내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 또한 그 맥락 속에 녹여내야 하므로, 설계자는 끊임없는 대화와 설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설계자에게는 유연함과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수다. ‘내가 최고이니 무지한 클라이언트는 위대한 내 말을 따르라’는 식의 독선적인 태도는 최악이다. 반대로 설계자의 전문성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끌고 가는 클라이언트를 만나는 것 또한 불행한 일이다. 산을 깎아 코스를 만드는데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 세계 100대 코스라고 해서 18개 홀이 모두 베스트는 아니다?

코스는 하나의 흐름이자 스토리텔링이므로, 그 속에서 어떤 홀은 주연이 되고 어떤 홀은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주연이 타인에게는 조연일 수도 있겠지만, 코스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자연과의 교감 언어가 분명하다면 단연 훌륭한 코스일 것이다. 

 

Q : 코스에서 특정 홀만 따로 평가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단 하나의 홀만 평가하는 것은 영화 전체의 서사가 아닌, 주연 배우 한 명의 연기나 단 하나의 미장센mise-en-scène만 평가하는 것과 같다.


특별한 홀은 강렬한 첫인상을 주거나 사진처럼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전체 홀을 모두 돌며 느끼는 감정과 여운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 홀과 전체 코스의 관계는 사진과 영화, 타악기와 현악기의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Q : 파3 홀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것은?

하나의 코스는 보통 4개의 파3 홀로 구성되므로 각기 다른 경관, 난이도, 전략, 길이를 갖추도록 배분한다. 


이때 각 홀은 최대한 인위적인 배치나 연출을 지양한다. 파3 홀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가까이에서 예쁘게 바라보는 마음과 같다. 주변 시선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바라보고 싶고, 골퍼로서 멋진 샷과 좋은 기량을 보여주고 싶게 만드는 홀이다. 


따라서 홀이 시각적으로 잘 보여야 하고 돋보여야 하며, 주변 경관이 산만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면서도 너무 쉽거나 난해하지 않은 적절한 밀당과 묘미가 필요하다. 무엇보다'시각적 명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Q : 파4 홀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것은?

그린을 공략할 두 번의 기회가 어떻게 작용할지 변수를 고민하고 스토리를 짜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파4 홀)가 긴장감 없이 밋밋하면 재미없지만, 처음부터 너무 난해한 이야기는 골퍼를 지치게 만든다. 


따라서 티 샷은 시야가 잘 확보되는 편안한 환경에서 시작하게 하되, 골퍼가 어디를 공략할지 '선택할 기회'는 주어야 한다. 공략 선택에 따른 기회와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 랜딩 존의 페널티 구역(벙커)은 무의미한 장식에 불과하며, 코스의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린 공략 샷은 티 샷 결과와 절대적인 관계를 가지는데, 골퍼마다 예상되는 공략을 설계자가 모두 상상해 반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골퍼의 기량별로 이상적인 티 샷 낙구 지점IP에서 그린을 공략하는 거리와 각도를 고려해 '그린의 축'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축에 따라 그린의 형태와 경사, 프린지의 형태와 규모가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홀의 축과 그린의 축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홀이 자연스러워지고, 억지스러운 플레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Q : 파5 홀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파4 홀과 유사한 구조지만, 그린으로 가기까지 세 번의 경우의 수를 고민해야 하므로 고려할 요소가 훨씬 많아진다. 보통 한 코스에 파4 홀이 10개나 되기 때문에 홀 간 차별화가 가장 어렵다.


반면 파5 홀은 파3 홀과 마찬가지로 4개이므로 성격 배분에 우선적으로 신경을 쓴다.


일반적으로 2개 홀은 편안하게, 나머지 2개 홀은 도전적이고 영웅적인 홀로 구성하며, 홀의 경사와 난이도도 고르게 배분한다. 도전적인 파5 홀을 마지막 홀에 배치하는 경우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파5 홀은 라운드 후반보다는 초중반에 배치하는 것이 골퍼에게 무리가 없다.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에 파5 홀을 많이 배치하면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고, 플레이가 힘들다는 인상만 남길 수 있다. 더구나 오르막 경사의 파5 홀을 후반에 배치하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파5 홀은 기본적으로 충분한 전장을 확보하면서도, 골퍼 기량에 맞춘 전장 배분이 매우 중요하다. 도전적이고 영웅적인 파5 홀이라면(페널티 구역에 따라 다르겠지만) 남성 레귤러 티 기준으로 최소 450m 이상은 되어야 한다. 티 샷과 세컨드 샷을 잘 쳤을 때는 그린을 투온Two-on으로 공략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투온을 시도한 샷이 굴러서라도 그린에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핀이 앞쪽에 있을 때는 '범프 앤드 런Bump and Run'으로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그린 앞을 러프로 관리해 이를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국내 프로 대회 코스 세팅에서도 이런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본다.


한편 투온을 시도하는 골퍼보다 세 번째 샷에서 그린을 정밀하게 공략하기 위해 세컨드 샷 낙구 지점IP(2)의 위치 선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골퍼가 더 많다. 그렇기 때문에 IP 2 지점의 구성이 핵심이다. 투온을 노리는 ‘스피드 슬롯Speed Slot 라인'과, 편안하게 스리온Three-on으로 공략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 조성'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글 | 이현강. 오렌지골프디자인 대표. 주요 설계 : 오렌지엔지니어링 소속으로 다양한 설계에 참여했고, 르오네뜨, 오렌지듄스, 예미지 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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