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ㅣ COURSE


국내&국외호남 트레일 ① 다산베아채골프앤리조트

노수성
2026-05-12
27홀 중 14개 홀이 바다와 인접해 있고, 산이 배경처럼 앉은 ‘마운틴 링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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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향하는 코스. 사진 | 다산베아채 제공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로 기온이 ‘쑥’ 올라간 4월 중순. 2박 3일 동안 850km의 길을 따라 역사와 전통, 코스, 음식, 리조트 등 각기 다른 특징을 지닌 호남 골프장 3곳을 둘러봤다. 첫 목적지는 다산베아채골프앤리조트.


전라남도 강진의 강진만 초입에 들어섰을 때 눈이 번쩍 뜨였다. 


오랜 시간 앞만 보고 자세도 바꾸지 못한 채 핸들을 잡고 있어 눈도 몸도 지쳐갈 즈음이었는데 다른 세상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가 아직 멀리 있다고 알려주었지만, 이 정도 풍경이라면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가라 해도 싫지 않을 듯했다.


4월 중순이지만 이른 더위에 에어컨을 켜고 창문을 꼭 닫았는데, 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을 천천히 내리고 손을 멀리 내밀었다. 끈적한 바람을 만날 거라 예상했지만 의외로 건조했다. 아니, 적당히 상쾌했다. 내민 손가락 사이를 적당한 온도의 부드러운 바람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바람에서 소금기는 맡을 수 없었다. 언제나 의아한 일이지만 남해의 바람에는 짠내가 배어 있지 않다.


풍경과 바람에 취해 달렸는데 갑자기 장면이 ‘휙’ 바뀌었다.


이번엔 나무 터널이 나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벚꽃 터널이다. 클럽하우스에서 첫인사를 나눈 다산베아채골프앤리조트 김흥길 사장은 “한 주만 빨리 왔어도”라며 못내 아쉬워했다. 키가 큰 나무 터널을 따라 골프장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벚꽂이라면 정말 장관이었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올해는 벚꽂을 가까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지난주 이 길을 따라 골프장으로 향한 골퍼는 눈 호강을 했을 것이다.


큰 창을 통해 만으로 향하는 홀을 볼 수 있는 클럽하우스 레스토랑에서 컨시드 거리에 마주 앉았을 때부터 김흥길 사장은 골프장 자랑을 한껏 늘어놓았다. 얘기를 나누면서 ‘이건 유튜브 각’이라고 했을 정도로 자랑이 넘쳐났는데, 나중에는 그게 골프장에 대한 ‘애정’이지 싶었다. 1982년 안양에서 시작해 40여 년 외길을 걸어온 베테랑이 골프장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김흥길 사장은 골프장 설립자(근화건설그룹 김호남 회장)가 세상과 일찍 이별한 것을 아쉬워했다.


“회장님은 골프장을 인문학적으로 덧씌우고 싶어 하셨는데 아쉽게도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 의미를 기리기 위해 골프장 코스 곳곳에 흔적을 남겨두었다. 여러 기념비와 시비에서 설립자의 마음과 추구점을 잠시나마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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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친화적인 코스. 사진 | 다산베아채 제공. 

설립자의 의지는 이제 젊은 2세 오너 부부가 이어가고 있다. 김유림 총괄사장과 장보성 대표다. 이웃 돕기, 인재 육성을 위한 기부금 출연, 각종 성금 기탁 외에 자녀 둘이 돌을 맞을 때까지 매일 1만원씩 모아(각각 356만원) 아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꿈을 키우는 선수에게도 관심을 뒀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LPGA 점프투어 5차전부터 8차전까지 다산베아채가 책임진다. 4개 대회 총상금은 1억2000만원이다.


골프장은 27홀 중 14개 홀이 바다와 인접해 있고, 산이 배경처럼 앉아 있다. 이런 특성을 감안해  김흥길 사장은 ‘마운틴 링크스’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호남권에서 산과 바다를 모두 품고 있는 코스는 드물다. 산이 바람을 잡아주어 다른 곳보다 바람의 영향이 많지 않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는 다산베아채의 큰 장점이다. 바람이 많지 않지만 안개도 거의 끼지 않는다. 해무도 아침에 잠깐이다. 


겨울 휴장도 없다. 지난겨울에도 그린이 얼지 않았고, 티 박스에 티를 그대로 꽂을 수 있었다고 한다. “강진은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이라고 김흥길 사장이 귀띔했다.


음식도 다양하고 맛있다. “맛 여행을 오는 분도 많다. 음식은 계절별로 다르다. 다가올 여름은 갯장어, 겨울 보양식으로는 짱뚱어탕이 정말 좋다. 강진은 식재료가 워낙 좋아 한정식이 특히 유명하다. 주말에 시내에 나가면 관광버스가 많다. 단체로 와서 한정식을 맛보는 행렬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호남은 골프 천국”이라는 김흥길 사장은 “골프장도 많고 비용도 저렴하고 예약도 어렵지 않다. 기후와 음식도 좋다. 그러니 한번 다녀가신 분의 재방문율이 정말 정말 높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산베아채는 리조트도 갖췄다. 클럽하우스에서 가깝다. 52실 규모다. 오션 & 마운틴 뷰를 가진 리조트는 넉넉한 일정으로 이곳을 찾는 골퍼에게 맞춤한 공간이다.


골프장은 개장 8년을 맞고 있다. 코스 운영과 잔디는 이제 안정적이다. 좋은 날씨에 적당한 난이도를 가진 코스를 누비는 방문객의 표정이 밝다. 수목이나 시설에서는 ‘치장’을 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치장을 했다면 균형이 맞지 않을 뻔했다. 덧칠은 광활한 바다와 굴곡진 산 등 빼어나지만 흉내낼 수 없는 본질을 해친다. 설계자는 좋은 지형이라면 최소한의 길만 낸다. 그래서인지 플레이하고 머무는 내내 마음은 편안했고 눈은 시원했다. 라운드 후 시내에서 맛본 한정식은 정말 별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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