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선수권 홈 코스. 프로 출신 김학영 설계

선과 면이 살아있는 에이원. 사진 | 에이원컨트리클럽
이정표를 보고 골프장 입구로 핸들을 틀었는데 큰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케이피지에이KPGA선수권’을 알리는 입간판이었다.
KPGA선수권은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과 함께 국내 남자 대회의 두 축이다.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가진 대회라는 점은 같은데 주최가 다르다. KPGA선수권은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주최한다. 미국의 양대 메이저 대회인 유에스US오픈과 PGA챔피언십 차이다. US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 PGA챔피언십은 PGA오브아메리카 소관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1968년에 창립됐지만 KPGA선수권은 1958년 첫 대회를 치렀다. 한국오픈보다 먼저 열렸다. 이런 역사 속에 올해 69회 대회가 열렸다.
에이원컨트리클럽이 이 상징적인 대회의 홈 코스다. 2016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1년째다. “왕 회장님(정희자 회장)께서 남자프로협회가 어려우니 도움이 되고 프로 골프도 활성화할 수 있게 지원하라고 하셨다”라고 에이원 김용재 대표이사가 설명했다. 골프장이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 코스를 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파격적인 것은 코스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지 않지만 오너의 통 큰 결정”이라고 대표이사는 덧붙였다. 에이원과 협회의 협업은 내년까지다. 12년 계약을 했다. 이후에는 어떨까? “아마, 더 하시지 않을까요?” 대표이사가 웃음을 띠었다.
에이원은 대회를 위해 코스를 일주일간 비운다. 대관료를 받지 않으면 손실이 크다. 이 일주일 동안 골프장의 연간 영업 이익 중 3분의 1이 휘발된다. 그래도 골프장은 대회를 정성껏 준비하고 치른다.
에이원이 KPGA선수권과 더 잘 어울리는 이유는 코스 설계자에게도 있다. 코스 설계를 프로 골퍼 김학영이 했다. 한국 프로 골퍼 1호인 연덕춘(1916-2004)을 사사하고 프로 출신으로 처음으로 코스 설계 영역까지 진출한 개척자다. 1960년대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골프장 설계와 조성을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도움을 받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 골프 코스 원형을 경험한 것도 설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학영은 에이원을 비롯해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인 일동레이크, 제일, 테디밸리 등을 설계했다.
김학영 코스의 특징은 호수와 땅, 하늘이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미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기능성과 미학을 담아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코스는 난도가 높다. 플레이어의 미세한 실력 차이도 가려내는 변별력이 뛰어나다. 김학영의 코스는 아주 오랜 기간 프로의 미세한 기량 차이를 가려내는 시험 무대 역할을 했다. 일동레이크가 그랬고, 에이원이 프로골프투어 최고의 선수를 가려낸다.

KPGA선수권 홈 코스다.
에이원에서 라운드하면서 일동이나 테디밸리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에이원보다 일동이나 테디밸리에서 더 많이 플레이해본 경험 때문이다. 코스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 선과 면이 살아 있으며, 정신 차리지 않으면 스코어 카드에 큰 숫자를 적어낸다는 점이 닮았다.
지난해 10월 대표이사가 새로 부임하면서 에이원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이원은 1999년 개장 이후 영남을 대표하는 골프장 중 한 곳이었다. 대표이사는 전통으로 유지해야 할 것과 과감하게 바꿀 것을 세심히 살피고 있다.
KPGA 프로인 대표이사는 가장 먼저 코스와 잔디에 초점을 맞췄다. 골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스 품질이기 때문이다. 샷 질감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프로 골퍼로서 더더욱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에이원은 코스 선형이나 조형이 좋은 곳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장점이 흐려졌다”고 진단했다. “먼저 코스 선형을 잡고, 답압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정힐스나 동래는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했더니 “우리는 아직 그 정도 여력은 되지 않는다”면서도 “소소한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서서히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는 소수 회원제 골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골프장을 잘 운영하면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회원의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임 이후 회원과의 스킨십 기회를 늘리려 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줄었던 회원을 위한 이벤트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끊겼지만 골프장에서 진행한 그린 페스티벌은 인기가 높았다. KPGA선수권이 열리는 기간 중 1박 2일 동안 코스에서 캠핑도 하고 초청 가수의 콘서트도 즐기는 이벤트였다. 에이원 홈페이지에는 2022년, 2023년 행사 개요가 올라와 있다.
그동안 한국오픈과 우정힐스만 주목했는데 이번 기회로 KPGA선수권과 에이원의 협업을 확인했다. 한 해의 최고 프로 골퍼를 가리는 대회를, 프로 출신 설계자가 조성한 코스에서 프로 출신 대표이사가 꼼꼼히 준비한다. 올해 KPGA선수권은 6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렸다. 총상금은 국내 남자 대회 중 최고액인 16억원이었다. 문동현이 9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기회가 된다면 KPGA선수권 온기가 남아 있는 시점에 코스를 꼭 한번 경험해보길 권한다. 토너먼트 셋업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PGA선수권은 ‘70회’가 되는 내년에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
선과 면이 살아있는 에이원. 사진 | 에이원컨트리클럽
이정표를 보고 골프장 입구로 핸들을 틀었는데 큰 입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케이피지에이KPGA선수권’을 알리는 입간판이었다.
KPGA선수권은 내셔널 타이틀인 한국오픈과 함께 국내 남자 대회의 두 축이다. 최고의 역사와 권위를 가진 대회라는 점은 같은데 주최가 다르다. KPGA선수권은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주최한다. 미국의 양대 메이저 대회인 유에스US오픈과 PGA챔피언십 차이다. US오픈은 미국골프협회USGA, PGA챔피언십은 PGA오브아메리카 소관이다.
한국프로골프협회는 1968년에 창립됐지만 KPGA선수권은 1958년 첫 대회를 치렀다. 한국오픈보다 먼저 열렸다. 이런 역사 속에 올해 69회 대회가 열렸다.
에이원컨트리클럽이 이 상징적인 대회의 홈 코스다. 2016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11년째다. “왕 회장님(정희자 회장)께서 남자프로협회가 어려우니 도움이 되고 프로 골프도 활성화할 수 있게 지원하라고 하셨다”라고 에이원 김용재 대표이사가 설명했다. 골프장이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 코스를 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파격적인 것은 코스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쉽지 않지만 오너의 통 큰 결정”이라고 대표이사는 덧붙였다. 에이원과 협회의 협업은 내년까지다. 12년 계약을 했다. 이후에는 어떨까? “아마, 더 하시지 않을까요?” 대표이사가 웃음을 띠었다.
에이원은 대회를 위해 코스를 일주일간 비운다. 대관료를 받지 않으면 손실이 크다. 이 일주일 동안 골프장의 연간 영업 이익 중 3분의 1이 휘발된다. 그래도 골프장은 대회를 정성껏 준비하고 치른다.
에이원이 KPGA선수권과 더 잘 어울리는 이유는 코스 설계자에게도 있다. 코스 설계를 프로 골퍼 김학영이 했다. 한국 프로 골퍼 1호인 연덕춘(1916-2004)을 사사하고 프로 출신으로 처음으로 코스 설계 영역까지 진출한 개척자다. 1960년대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골프장 설계와 조성을 배웠기에 가능한 일이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도움을 받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등 골프 코스 원형을 경험한 것도 설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학영은 에이원을 비롯해 대표적인 토너먼트 코스인 일동레이크, 제일, 테디밸리 등을 설계했다.
김학영 코스의 특징은 호수와 땅, 하늘이 이어지는 유려한 곡선미다.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기능성과 미학을 담아내는 데 힘을 기울인다. 코스는 난도가 높다. 플레이어의 미세한 실력 차이도 가려내는 변별력이 뛰어나다. 김학영의 코스는 아주 오랜 기간 프로의 미세한 기량 차이를 가려내는 시험 무대 역할을 했다. 일동레이크가 그랬고, 에이원이 프로골프투어 최고의 선수를 가려낸다.
KPGA선수권 홈 코스다.
에이원에서 라운드하면서 일동이나 테디밸리 느낌을 많이 받았다. 개인적으로 에이원보다 일동이나 테디밸리에서 더 많이 플레이해본 경험 때문이다. 코스가 주변 경관과 잘 어울리고, 선과 면이 살아 있으며, 정신 차리지 않으면 스코어 카드에 큰 숫자를 적어낸다는 점이 닮았다.
지난해 10월 대표이사가 새로 부임하면서 에이원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에이원은 1999년 개장 이후 영남을 대표하는 골프장 중 한 곳이었다. 대표이사는 전통으로 유지해야 할 것과 과감하게 바꿀 것을 세심히 살피고 있다.
KPGA 프로인 대표이사는 가장 먼저 코스와 잔디에 초점을 맞췄다. 골프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코스 품질이기 때문이다. 샷 질감을 누구보다 중시하는 프로 골퍼로서 더더욱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에이원은 코스 선형이나 조형이 좋은 곳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그 장점이 흐려졌다”고 진단했다. “먼저 코스 선형을 잡고, 답압을 관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정힐스나 동래는 과감하게 투자한다’고 했더니 “우리는 아직 그 정도 여력은 되지 않는다”면서도 “소소한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서서히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는 소수 회원제 골프장 경험을 바탕으로, ‘골프장을 잘 운영하면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회원의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임 이후 회원과의 스킨십 기회를 늘리려 하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줄었던 회원을 위한 이벤트도 고려하고 있다. 지금은 끊겼지만 골프장에서 진행한 그린 페스티벌은 인기가 높았다. KPGA선수권이 열리는 기간 중 1박 2일 동안 코스에서 캠핑도 하고 초청 가수의 콘서트도 즐기는 이벤트였다. 에이원 홈페이지에는 2022년, 2023년 행사 개요가 올라와 있다.
그동안 한국오픈과 우정힐스만 주목했는데 이번 기회로 KPGA선수권과 에이원의 협업을 확인했다. 한 해의 최고 프로 골퍼를 가리는 대회를, 프로 출신 설계자가 조성한 코스에서 프로 출신 대표이사가 꼼꼼히 준비한다. 올해 KPGA선수권은 6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렸다. 총상금은 국내 남자 대회 중 최고액인 16억원이었다. 문동현이 9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기회가 된다면 KPGA선수권 온기가 남아 있는 시점에 코스를 꼭 한번 경험해보길 권한다. 토너먼트 셋업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PGA선수권은 ‘70회’가 되는 내년에 더욱 의미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