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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명예를 얻고 상처를 봉합하다"

송호골프디자인 대표 송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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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 대표. 사진 | 박충열

긴 소송으로 시간과 비용을 쓰고 깊은 마음의 상처도 받았지만 결국 명예로 돌려받은 대한민국 대표 골프 코스 설계가를 만났다.


지난 2월 말 대법원 민사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저작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골프 코스는 단순한 기능적 시설이 아니라 설계가의 창조적 개성이 담긴 저작물이 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파기 환송했다. ‘골프 코스 설계’가 저작권법으로 보호되는 ‘창작물’이라는 첫 판단이었고,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18년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을 상대로 소송을 시작한 송호골프디자인 송호 대표는 “이 소송을 왜 해야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골프존이 저작권 침해한적 없다고 하니, 그러면 법으로 평가를받아보자는 취지였다”고 했다


소송은 언제, 왜 했는가? 골프존과의 소송은 골프장이 먼저 했다(코스 무단 사용에 대한 손해 배상). 2013년 인천국제, 몽베르, 대구골프장이었다고 알고 있다. 소송에서 대법원은 피고에게 ‘골프장의 이름을 쓴 것이나 형태를 사용한 것에 대해 손해 배상하라’고 했다(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그때 ‘골프 코스 저작권은 설계가에게 있다’고 못 박았다(2014년의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골프존은 설계가의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이 소송을 하고 싶어 한 것이 아니다. 자존감이 무너졌다.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설계가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내가 발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오렌지엔지니어링에서 같이 하자는 연락이 왔고 흔쾌히 응했다. 처음에는 소송 비용(변호사 비용, 인지대 등)을 조그마한 설계 회사에서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소송을 해야만 골프 설계 선배로서 업계의 초석을 다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든 이건 해야 한다고 판단 했다.


외국 설계 회사 ‘골프플랜’이 먼저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골프플랜은 전략을 잘못 세웠다. 1심 후 변호 사가 날 찾아왔다. 나는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를 얘기했다. ‘돈을 받으려고 하면 지고, 명예나 이름을 얻으려면 이긴다’고 했다. 나는 1심을 할 때 내가만든 코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내코스를 쓰지 마라. 그렇게 판결을 받았다. 모든 설계가가 자기가 설계한 골프코스 저작권을 사용 못 하게 하면 된다.


1심 법원은 골프 코스와 설계 도면을 저작물로 판단했다. 설계가의 개성이 드러난다는 이유였다. 골프존의 저작권 침해를 인정했고 배상 명령을내렸다. 그런데 항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말도 안 되는 판단이었다. 골프를 잘 모르면 공부라도 해야 하는데 전혀하지 않았다(법원은 골프 코스는 골프규칙, 지형, 안전, 운영, 편의성 등 기능적 제약의 산물로 누가 설계해도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창작적 표현이 부족하고 그래서 저작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골프를 전혀 모르는 초등 학력 정도의 상식을 가진 판결이었다.


대법원에서는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제자리로 왔다. 예를 들어 피카소가 그림을 그린 후 연필을 놓으면 그때부터 창작이다. 그게 저작이다. 지금까지 건축가·예술가·화가 등은 창작을 인정받았다. 음원도 마찬가지다. 설계가가 18홀 코스를 만들려면 약 30만 평의 땅을 움직여야 한다. 머리를 쓰지 않고서는 할 수 없다. 창작이 아니라면 전 세계에 있는 3만5000여 개 코스가 다 같아야 한다. 소송 과정에서 ‘레플리카Replica’ 코스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인천 베어즈베스트청라도 콘셉트를 가져온 것이지 똑같은 건 아니다. 레플리카마저 똑같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왜 8년동안 이 소송을 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대법원은 골프 코스 설계가는 여러 구성 요소를 설계 의도에 따라 유기적으로 구성하며, ‘단순 모방’이 아니고, 누가 해도 같게 나오는 설계가 아니며, 기존 코스와 구별되는 창조적 개성이 있다면 저작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파기 환송 이후 절차? 고등법원에서 다시 사건을 들여다본다. 파기 환송했다는 것은 고등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설계가나 골프장의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난 초석을 세웠다고 본다. 앞으로 후배들이 명작을 만드는 데 이번 판결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대법원 판결 이후 주위 평가? 주변 사람들이 ‘돈 얼마 받아?’라고 물어본다(웃음). 그게 초점이 아니었다. 그건 두번째 문제다. 첫째는 나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동안 무시당했고, 내가 다시 존중받았다는 것이 가장 의미가 크다. 곧 코스 설계가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설계가는 사회적으로는 이미 존중받고 있었다. 법적으로 첫 인정이다.


골프존은 상황을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골프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인정하고 협상했어야 했다.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의아하다. 여전히 이해를 못 하겠다. 이걸 원점으로 돌려놓는 데 8년이나 걸렸다. 이 소송을 위해 시간과 정성과 비용을 들였다. 골프존은 이제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평판에서, 사업에서도 그럴 것이다.


2018년부터 2026년까지 8년 동안 얻은 것, 그리고 잃은 것? 얻은 것은 명예, 잃은 것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마음에 상처를 크게 입었다. 사회적 통념이 있다. 골프 코스에 대한 권리도 통념이 있는데 항고심이 그걸 깼다. 그때 너무 긴장했다. ‘큰일 났다’ 싶었다. 내가 투명 인간이 될 처지였다. 저작권이 없다는데, 그럼 난 그동안 무얼 한 걸까?


소송 얘기를 하다 보니 근황을 묻지 못했다. 요새 욕심이 없어졌다(웃음). 할 일 다 했다는 생각도 든다. 충청북도 충추에 코스를 만들고 있다. 오너가 여성을 위한 토너먼트 코스를 요구해 그 콘셉트로 작업하고 있다. 큰 계곡과 다이내믹 홀이 키워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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