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성이 다음 세대에게 길을 열어주려 한다.

6월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형성. 사진 | 김규남
6월 말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2026 인터내셔널패스웨이시리즈International Pathway Series(IPS) 1차 김형성배 주니어 대회가 열렸다. 김형성은 이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더 넓은 무대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에게 다가가며 성장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골프를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스포츠”라고도 말했다. 선수 시절 자신이 받았던 기회와 응원을 이제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뜻이다.
지난해 인터뷰 이후 가장 달라진 일상은 무엇인가?
작년보다 대회에 덜 나가고 있다. 여전히 볼은 많이 치고 있지만, 골프 외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많아 바쁘게 지내고 있다. 골프용품 쪽으로도 하나 준비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려고 한다.
최근 1년 동안 골프와 관련해 가장 많이 고민한 주제는 무엇인가?
골프 선수가 은퇴하면 레슨밖에 없다는 공식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을 보면 골프 선수가 은퇴한 뒤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아나운서를 하기도 하는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길이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은퇴 후 90% 이상이 레슨을 하는 것 같다. 레슨은 결국 시간에 얽매이는 일이다. 선수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라운딩’이라는 팬 플랫폼을 론칭했다. 프로들이 굳이 레슨만 하지 않아도, 자신의 아이피IP를 가지고 굿즈를 만들거나 팬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회사와 협업했다. 선수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선수 김형성과 지도자·멘토 김형성사이에서 비중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아직도 골프를 좋아한다. 워낙 많이 치고 있다. 다만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기보다, 이제는 후배 선수들이 레슨 외에도 어떻게 자기 일을 수익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요즘은 인스타그램도 있고, 미디어 프로도 있고, 각자의 분야가 많이 생겼다. 투어 선수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프로들이 팬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또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도 본인의 골프를 점검하거나 연습하는 루틴이 있나?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공을 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하루에 1시간이라도 꼭 연습했다. 지금은 그런 루틴이 거의 없다. 연습보다 라운드가 더 많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조금 더 편하게 골프를 대하니까 스코어가 오히려 좋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하나가 안 맞으면 그 부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공을 못 쳐도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작년에는 10언더파, 11언더파도 몇 번 쳤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골프가 더 잘 되는 부분도 있다.
후배나 주니어 선수들을 보며 예전의 본인을 떠올린 순간이 있나?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때는 죽어라 연습했고, 골프 말고는 모르고 살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가서 물어봤다. 주변 사람과 연결해서 배우려는 모습도 많았다.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물어보지 않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하려는 후배나 주니어가 많다. 요즘은 옛날처럼 한 프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치는 시대가 아니다. 멘털 코치, 스윙 코치, 쇼트 게임 코치, 퍼팅 코치, 웨이트 트레이너처럼 모든 것이 세분화됐다. 그러면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 정보나 영상만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보가 맞는지, 자신에게 맞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받아들이는 모습이 있다. 아쉽다기보다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환경도 바뀌었고, 후배들의 성향도 바뀌었다. 결국 그것도 환경의 변화라고 본다.
김형성배 IPS AJGA 대회를 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해마다 ‘김형성인비테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고려대의료원 관계자, 그전엔 지인들과 함께했다. 그런 대회를 계속하면서 남자 선수들도 골프 업계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해외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국제학교 학생들도 많이 봤다.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다 보니 실력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 학생들이 실제로 대회에 나가고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퍼시픽링스코리아PLK와 함께 그런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국제학교 학생들과 기존 엘리트 주니어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는 구조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미국 AJGA 무대로 가는 시드를 받을 수 있다. 나도 한국 투어만 경험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 미국,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환경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지금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국제학교 학생과 엘리트 선수 사이에 실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회는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런 선수도 있고, 저런 선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무대다. 국제학교 학생들에게도 내가 경험한 것을 조금이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한다.
‘김형성배’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클 것 같다.
그렇다. 기존 대회는 지인들이 함께하는 이벤트성, 자선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훨씬 더 ‘시리어스’한 대회다. 요즘 몇몇 선수에게만 후원사가 몰리고, 몇몇 선수에게만 좋은 무대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면도 있지만, 주니어 선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나올 수 있는 대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었다. 나도 어떤 선배 덕분에 해외로 나갈 기회를 얻었다. 나 역시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 대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었나?
퍼시픽링스코리아와는 아너스클럽 같은 브이아이피VIP 프로그램과 여러 이벤트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퍼시픽링스코리아가 AJGA IPS를 가져와 운영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래서 국제학교 학생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서로 생각이 맞았고, 그렇게 이번 대회를 함께하게 됐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원래는 해외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싶었다. 다만 올해는 준비 기간이 조금 짧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도 못하는데 해외에 나가서 잘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를 가두는 학생이나 부모님을 많이 봤다. 누가 나온다고 하면 “나는 안 될 것 같다”고 먼저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대회 운영 자체보다 그런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 일단 경험해보고, 그 안에서 어려운상황이 생기면 헤쳐나가면 된다. 그런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기를 바라나?
잘하는 선수는 AJGA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니어 아마추어 단체의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시드를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도 의미가 있다. 대한골프협회나 기존 주니어협회 대회가 아닌 다른 형태의 대회이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들이 유입될 수 있다. 그 자체가 경험이다.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선수들이 새로운 환경을 느껴보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
운영에서 꼭 지키고 싶은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AJGA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자기 캐디백을 메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판단하며 경기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골프장에 나가면 코치가 있고, 캐디가 있고, 부모님이 있다. 많은 것이 준비돼 있는 환경이다. 미국은 그 과정을 선수들이 경험하게 한다. 본인이 판단하고, 본인이 헤쳐나가야 한다. 우리도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물론 우리나라 골프장 특성상 어린 선수들이 캐디백을 메고 산악형 코스를 걷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완전히 그런 방식은 아니다. 운전을 도와주는 캐디는 있을 수 있다. 다만 경기 개입은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싶다.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헤쳐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대회 현장에서 가장 유심히 보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선수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보고 싶다. 나도 주니어 시절 대회에 나가면 불안해서 표정이 어두웠던 적도 있었고, 어떤 선수는 대회에 나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기도 했다. 성향마다 다르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의 표정과 감정을 보고 싶다.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좋은지, 반응도 듣고 싶다. 요즘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 대회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운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듣고 싶다. 그게 가장 기대된다.
대회가 끝난 뒤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좋은 선수가 해외로 갈 기회를 얻고, 그 선수가 해외에서 어떤 성적을 내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해외에 다녀온 뒤 그 선수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다. 골프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겉으로는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준비해줘야 해외에도 나갈 수 있다. 선수들이 그걸 알았으면 한다. 성적 외에도 그런 부분에 대해 다시 대화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김형성이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를 준비했다. 사진 | 김규남
국내 대회와 AJGA 시스템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나?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크다. 골프는 결국 나중에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 선택을 더 잘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대회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성적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AJGA 시스템은 선수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선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해외 무대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언어, 낯선 환경,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 등 불편함이 많다. 다만 누구나 처음에는 그런 불편함을 느낀다. 빨리 경험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함께 가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말도 안 통했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해결해나가는 성취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도 익숙해졌고, 일본에서도 편해졌다. 처음은 누구나 똑같다. 지나고 나니 ‘왜 더 빨리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빨리 갔으면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 무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조건 조언을 구해야 한다. 사람과 가까워져야 한다. 미국에 갔을 때 놀랐던 것은 누구나 “왔어?” 하며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온다는 점이었다. 그런 환경에서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말을 못 한다고, 혹은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스스로를 가두면 안 된다. 그러면 자신을 잠그는 것과 같다. 더 가깝게 다가서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훨씬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이 대회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인가?
계속할 계획이다. 올해는 갑자기 준비하게 돼 한국 선수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홍콩·일본 등 다국적 선수들도 많이 모으고 싶다. 우리나라 무대에서 외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 한국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 홈 어드밴티지도 있다. 편안한 환경에서 외국 선수들과 경기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해외 선수들도 한국에 와서 경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나도 주니어 시절 아시아 투어에 나가면 백인 선수나 흑인 선수와 경기할 때 괜히 중압감이 있었다. 저 선수에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수들도 그런 것을 직접 느껴봤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이 성적 때문에 골프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 주변 사람들이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바로 말하고, 경험 자체를 막아버리면 안 된다. 눈앞의 결과만 중요하다고 계속 말하면 선수는 스스로 좌절한다. “그래서 네가 느낀 게 뭐야?”라고 물어봐야 한다. 경험을 통해 느낀 감정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계속 봐주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가까운 사람들이 결과만 지적하기보다, 경험과 감정을 함께 정리해줘야 한다. 그러면 골프 선수로서도, 살아가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된다.
부모와 코치가 주니어 선수에게 해줘야 할 말은 무엇인가?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면 칭찬보다 조언을 많이 하려고 한다. 가르치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칭찬은 사람을 정말 잘하게 만든다. “잘한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실제로 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기준이 아니라 그 선수 전체를 보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페이드를 칠 때 모두가 “페이드 치면 절대 우승 못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구질이 자신 있었고 좋았다. 계속 쳤고, 결국 우승했다. 우승하고 나니 사람들이 “한국에서 페이드를 제일 잘 친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그렇게 말했다. 이처럼 쉽게 “안 된다”고 말하면 안 된다. 선수에게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을 수 있다. 스윙이 예쁘다고 계속 우승하는 선수는 드물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스스로 어떻게 발전하고,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얼마나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주변에서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무엇인가?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너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이유를 말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기 것이 된다. 골프에는 수천만 가지 상황이 있다. 그런데 어른이 “그건 안 돼”라고만 하면 아이는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아무것도 못 한다. 적용해볼 수가 없다. 나는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골프든 일이든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듣고, 나 역시 “저렇게 해볼까, 이렇게 해볼까” 하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그 유연성이 있어야 더 잘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주니어 선수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먼저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티 샷이 계속 오른쪽으로 나가 OB가 나는지, 당겨지는지, 퍼팅이 약한지, 아이언이 문제인지, 쇼트 게임이 약한지 세부적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오른쪽으로 간다고 무조건 훅을 치려고 하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될 수 있다. 내가 어떤 움직임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그 안에서 깊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우승을 자주 하는 선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 고수가 있다. 지금 내가 잘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니어 대회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우승한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걸 알았으면 한다. 더 탄탄해지려면 더 많이 물어봐야 한다.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스스로 깨우쳐보고, 대입해보고, 맞지 않으면 버려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지금 우승했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이라는 말이다. 예전에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너만 잘하면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때는 오히려 늘지 않았다. 절대 혼자가 아니다. 함께해야 잘할 수 있고, 오래 잘할 수 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고민은 내가 갖고 있을 때는 내 고민이지만,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고민이 된다”는 말이다. 고민이 있으면 많이 물어봐야 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줄지 모른다. 요즘 선수들은 특히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유명한 프로가 옆에 있어도 불편할까 봐 말을 못 걸고, 사인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나는 그런 태도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면서 “이건 어떻게 하셨어요?”, “이 샷은 어떻게 쳐요?”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고민은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고민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세상 속에서 그렇게 물어보고 나누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수들이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6월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형성. 사진 | 김규남
6월 말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2026 인터내셔널패스웨이시리즈International Pathway Series(IPS) 1차 김형성배 주니어 대회가 열렸다. 김형성은 이 대회를 통해 “선수들이 더 넓은 무대를 보고, 스스로 판단하고, 사람에게 다가가며 성장하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골프를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스포츠”라고도 말했다. 선수 시절 자신이 받았던 기회와 응원을 이제 다음 세대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뜻이다.
지난해 인터뷰 이후 가장 달라진 일상은 무엇인가?
작년보다 대회에 덜 나가고 있다. 여전히 볼은 많이 치고 있지만, 골프 외적으로 준비하는 일이 많아 바쁘게 지내고 있다. 골프용품 쪽으로도 하나 준비하고 있다. 미국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려고 한다.
최근 1년 동안 골프와 관련해 가장 많이 고민한 주제는 무엇인가?
골프 선수가 은퇴하면 레슨밖에 없다는 공식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일본이나 미국을 보면 골프 선수가 은퇴한 뒤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아나운서를 하기도 하는 등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길이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은퇴 후 90% 이상이 레슨을 하는 것 같다. 레슨은 결국 시간에 얽매이는 일이다. 선수가 움직이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다.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 그래서 ‘그라운딩’이라는 팬 플랫폼을 론칭했다. 프로들이 굳이 레슨만 하지 않아도, 자신의 아이피IP를 가지고 굿즈를 만들거나 팬과 연결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회사와 협업했다. 선수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선수 김형성과 지도자·멘토 김형성사이에서 비중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아직도 골프를 좋아한다. 워낙 많이 치고 있다. 다만 시선이 완전히 바뀌었다기보다, 이제는 후배 선수들이 레슨 외에도 어떻게 자기 일을 수익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다. 요즘은 인스타그램도 있고, 미디어 프로도 있고, 각자의 분야가 많이 생겼다. 투어 선수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프로들이 팬에게 더 쉽게 다가가고, 또 그것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지금도 본인의 골프를 점검하거나 연습하는 루틴이 있나?
많이 없어졌다. 예전에는 공을 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하루에 1시간이라도 꼭 연습했다. 지금은 그런 루틴이 거의 없다. 연습보다 라운드가 더 많다. 재미있는 건, 그렇게 조금 더 편하게 골프를 대하니까 스코어가 오히려 좋아졌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하나가 안 맞으면 그 부분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은 공을 못 쳐도 마음이 편하다. 그래서 작년에는 10언더파, 11언더파도 몇 번 쳤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골프가 더 잘 되는 부분도 있다.
후배나 주니어 선수들을 보며 예전의 본인을 떠올린 순간이 있나?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 때는 죽어라 연습했고, 골프 말고는 모르고 살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가서 물어봤다. 주변 사람과 연결해서 배우려는 모습도 많았다.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물어보지 않고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하려는 후배나 주니어가 많다. 요즘은 옛날처럼 한 프로가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치는 시대가 아니다. 멘털 코치, 스윙 코치, 쇼트 게임 코치, 퍼팅 코치, 웨이트 트레이너처럼 모든 것이 세분화됐다. 그러면 더 많이 물어보고,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의 생각을 듣고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인터넷 정보나 영상만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정보가 맞는지, 자신에게 맞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받아들이는 모습이 있다. 아쉽다기보다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느낀다. 환경도 바뀌었고, 후배들의 성향도 바뀌었다. 결국 그것도 환경의 변화라고 본다.
김형성배 IPS AJGA 대회를 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해마다 ‘김형성인비테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대회를 열고 있다. 작년에는 고려대의료원 관계자, 그전엔 지인들과 함께했다. 그런 대회를 계속하면서 남자 선수들도 골프 업계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해외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국제학교 학생들도 많이 봤다. 공부와 골프를 병행하다 보니 실력은 조금 떨어질 수도 있지만, 이 학생들이 실제로 대회에 나가고 경기할 수 있는 환경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퍼시픽링스코리아PLK와 함께 그런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국제학교 학생들과 기존 엘리트 주니어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는 구조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세상이 정말 넓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미국 AJGA 무대로 가는 시드를 받을 수 있다. 나도 한국 투어만 경험했다면 지금처럼 많은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 미국, 유럽, 아시아 여러 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환경을 경험했다. 그 경험을 통해 지금 내가 가진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됐고, 살아가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 국제학교 학생과 엘리트 선수 사이에 실력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회는 그 차이를 확인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런 선수도 있고, 저런 선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무대다. 국제학교 학생들에게도 내가 경험한 것을 조금이나마 체험해볼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한다.
‘김형성배’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점에서 책임감도 클 것 같다.
그렇다. 기존 대회는 지인들이 함께하는 이벤트성, 자선 성격이 강했다. 그런데 이번 대회는 훨씬 더 ‘시리어스’한 대회다. 요즘 몇몇 선수에게만 후원사가 몰리고, 몇몇 선수에게만 좋은 무대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면도 있지만, 주니어 선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누구나 나올 수 있는 대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 지금은 엘리트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이 나갈 수 있는 대회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하고, 해외에 나갈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었다. 나도 어떤 선배 덕분에 해외로 나갈 기회를 얻었다. 나 역시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처음 대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떤 생각이었나?
퍼시픽링스코리아와는 아너스클럽 같은 브이아이피VIP 프로그램과 여러 이벤트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퍼시픽링스코리아가 AJGA IPS를 가져와 운영하는 것을 보게 됐다. 그래서 국제학교 학생들에게도 이런 기회를 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서로 생각이 맞았고, 그렇게 이번 대회를 함께하게 됐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원래는 해외 무대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싶었다. 다만 올해는 준비 기간이 조금 짧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도 못하는데 해외에 나가서 잘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를 가두는 학생이나 부모님을 많이 봤다. 누가 나온다고 하면 “나는 안 될 것 같다”고 먼저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대회 운영 자체보다 그런 인식을 바꾸는 것이 더 어렵다. 일단 경험해보고, 그 안에서 어려운상황이 생기면 헤쳐나가면 된다. 그런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기를 바라나?
잘하는 선수는 AJGA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주니어 아마추어 단체의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시드를 받을 수 있다. 새로운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에게도 의미가 있다. 대한골프협회나 기존 주니어협회 대회가 아닌 다른 형태의 대회이기 때문에, 새로운 선수들이 유입될 수 있다. 그 자체가 경험이다.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선수들이 새로운 환경을 느껴보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
운영에서 꼭 지키고 싶은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
AJGA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자기 캐디백을 메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판단하며 경기하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골프장에 나가면 코치가 있고, 캐디가 있고, 부모님이 있다. 많은 것이 준비돼 있는 환경이다. 미국은 그 과정을 선수들이 경험하게 한다. 본인이 판단하고, 본인이 헤쳐나가야 한다. 우리도 최대한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물론 우리나라 골프장 특성상 어린 선수들이 캐디백을 메고 산악형 코스를 걷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완전히 그런 방식은 아니다. 운전을 도와주는 캐디는 있을 수 있다. 다만 경기 개입은 최대한 줄이려고 한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싶다.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헤쳐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대회 현장에서 가장 유심히 보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
선수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선수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보고 싶다. 나도 주니어 시절 대회에 나가면 불안해서 표정이 어두웠던 적도 있었고, 어떤 선수는 대회에 나오는 것 자체를 즐거워하기도 했다. 성향마다 다르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수들의 표정과 감정을 보고 싶다.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좋은지, 반응도 듣고 싶다. 요즘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 대회를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운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직접 듣고 싶다. 그게 가장 기대된다.
대회가 끝난 뒤 성공적인 대회였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좋은 선수가 해외로 갈 기회를 얻고, 그 선수가 해외에서 어떤 성적을 내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해외에 다녀온 뒤 그 선수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다시 이야기해보고 싶다. 골프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겉으로는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준비해줘야 해외에도 나갈 수 있다. 선수들이 그걸 알았으면 한다. 성적 외에도 그런 부분에 대해 다시 대화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김형성이 자신의 이름을 건 대회를 준비했다. 사진 | 김규남
국내 대회와 AJGA 시스템이 연결된다는 점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나?
처음부터 끝까지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크다. 골프는 결국 나중에 본인이 선택해야 하는 스포츠다. 그런 선택을 더 잘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국내 대회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고, 성적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AJGA 시스템은 선수 스스로 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선수들이 선택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본다.
해외 무대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큰 장벽은 무엇이라고 보나?
언어, 낯선 환경,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 등 불편함이 많다. 다만 누구나 처음에는 그런 불편함을 느낀다. 빨리 경험하고, 빨리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스템 안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도 함께 가기 때문에 조금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일본에 처음 갔을 때 너무 불편하고 힘들었다. 말도 안 통했고, 아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씩 해결해나가는 성취감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도 익숙해졌고, 일본에서도 편해졌다. 처음은 누구나 똑같다. 지나고 나니 ‘왜 더 빨리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빨리 갔으면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해외 무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조건 조언을 구해야 한다. 사람과 가까워져야 한다. 미국에 갔을 때 놀랐던 것은 누구나 “왔어?” 하며 친구처럼 편하게 다가온다는 점이었다. 그런 환경에서는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고, 빨리 적응할 수 있다. 말을 못 한다고, 혹은 상대가 불편해할까 봐 스스로를 가두면 안 된다. 그러면 자신을 잠그는 것과 같다. 더 가깝게 다가서고, 사람들에게 말을 걸어야 한다. 그러면 훨씬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다.
이 대회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계획인가?
계속할 계획이다. 올해는 갑자기 준비하게 돼 한국 선수 중심으로 진행하지만, 앞으로는 홍콩·일본 등 다국적 선수들도 많이 모으고 싶다. 우리나라 무대에서 외국 선수들과 함께 경기하면 한국 선수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된다. 홈 어드밴티지도 있다. 편안한 환경에서 외국 선수들과 경기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해외 선수들도 한국에 와서 경기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나도 주니어 시절 아시아 투어에 나가면 백인 선수나 흑인 선수와 경기할 때 괜히 중압감이 있었다. 저 선수에게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스스로 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수들도 그런 것을 직접 느껴봤으면 한다. 어린 선수들이 성적 때문에 골프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그런 경우가 너무 많다. 주변 사람들이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돼”라고 바로 말하고, 경험 자체를 막아버리면 안 된다. 눈앞의 결과만 중요하다고 계속 말하면 선수는 스스로 좌절한다. “그래서 네가 느낀 게 뭐야?”라고 물어봐야 한다. 경험을 통해 느낀 감정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그 안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계속 봐주고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선생님이든 부모님이든 가까운 사람들이 결과만 지적하기보다, 경험과 감정을 함께 정리해줘야 한다. 그러면 골프 선수로서도, 살아가는 데도 훨씬 도움이 된다.
부모와 코치가 주니어 선수에게 해줘야 할 말은 무엇인가?
칭찬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면 칭찬보다 조언을 많이 하려고 한다. 가르치려는 말이 많다. 하지만 칭찬은 사람을 정말 잘하게 만든다. “잘한다,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실제로 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 기준이 아니라 그 선수 전체를 보는 것이다. 예전에 내가 페이드를 칠 때 모두가 “페이드 치면 절대 우승 못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구질이 자신 있었고 좋았다. 계속 쳤고, 결국 우승했다. 우승하고 나니 사람들이 “한국에서 페이드를 제일 잘 친다”고 했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그렇게 말했다. 이처럼 쉽게 “안 된다”고 말하면 안 된다. 선수에게는 자신만의 무기가 있을 수 있다. 스윙이 예쁘다고 계속 우승하는 선수는 드물다.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스스로 어떻게 발전하고,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얼마나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주변에서 그것을 도와줘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무엇인가?
“그렇게 하면 안 돼”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먼저 물어봐야 한다. “너는 왜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이유를 말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기 것이 된다. 골프에는 수천만 가지 상황이 있다. 그런데 어른이 “그건 안 돼”라고만 하면 아이는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아무것도 못 한다. 적용해볼 수가 없다. 나는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골프든 일이든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듣고, 나 역시 “저렇게 해볼까, 이렇게 해볼까” 하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그 유연성이 있어야 더 잘할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주니어 선수에게 가장 먼저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먼저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티 샷이 계속 오른쪽으로 나가 OB가 나는지, 당겨지는지, 퍼팅이 약한지, 아이언이 문제인지, 쇼트 게임이 약한지 세부적으로 봐야 한다. 단순히 오른쪽으로 간다고 무조건 훅을 치려고 하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될 수 있다. 내가 어떤 움직임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알고, 그 안에서 깊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우승을 자주 하는 선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 고수가 있다. 지금 내가 잘한다고 해서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주니어 대회에서 한 번, 두 번, 세 번 우승한다고 인생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걸 알았으면 한다. 더 탄탄해지려면 더 많이 물어봐야 한다.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 스스로 깨우쳐보고, 대입해보고, 맞지 않으면 버려보는 과정도 필요하다. 지금 우승했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이라는 말이다. 예전에는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너만 잘하면 된다”는 말을 들으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때는 오히려 늘지 않았다. 절대 혼자가 아니다. 함께해야 잘할 수 있고, 오래 잘할 수 있다. 또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고민은 내가 갖고 있을 때는 내 고민이지만,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고민이 된다”는 말이다. 고민이 있으면 많이 물어봐야 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줄지 모른다. 요즘 선수들은 특히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유명한 프로가 옆에 있어도 불편할까 봐 말을 못 걸고, 사인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를 봤다. 나는 그런 태도에는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음료수라도 하나 건네면서 “이건 어떻게 하셨어요?”, “이 샷은 어떻게 쳐요?”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고민은 말하는 순간 상대방의 고민이 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하는 세상 속에서 그렇게 물어보고 나누면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수들이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