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콕힐스는 골프의 궁극적인 시험 무대로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다.
언덕에 자리 잡은 시네콕힐스 클럽하우스. 사진 | 미국골프협회 박물관USGA Museum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다 그렇듯이, 시네콕힐스도 복잡다단한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가까이에서 봐야 한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이곳이 매력적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믿기 힘들만큼 변덕스럽기도 하다!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이 위대한 코스도 세월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시네콕힐스는 하루 중에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 날이 길어지는 초여름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는 올드Old 코스나 도녹Dornoch, 또는 트룬Troon과 비슷하다.
롱아일랜드에서도 사우스포크의 모래 지형에 자리 잡은 시네콕힐스는 골프의 발상지에 대한 오마주다. 실제로 몇몇 홀에는 스코틀랜드식 이름이 붙어 있다(벤 네비스, 레단). 하지만 페코닉, 세보낵, 몬토크, 시네콕처럼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이 코스를 만든 사람들이 롱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시네콕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들은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온 설계도를 이용해 이 코스를 만들었다.
시네콕힐스에서 열렸던 1896년 오픈 관계자들은 이제 다 떠나고 없지만, 그다음으로 90년 만에 다시 이곳에서 열린 대회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해의 마스터스 챔피언이었던 잭 니클라우스는 1986년 US오픈의 첫 라운드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오후에 치렀다. 9번 홀에서 플레이를 마친 후 스탠퍼드 화이트Stanford White가 설계한 클럽하우스를 지나 10번 홀에 오른 그는 자신의 티 샷이 누르스름해 보이는 널찍한 러프를 넘어 헝클어진 관목 사이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프로가 된 후 니클라우스가 골프볼을 잃어버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드라이버를 손에 들고 혼자 터벅터벅 티로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반려견을 막 묻어주고 돌아오는 사람처럼 슬퍼 보였다. 사흘 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노련한 베테랑 프로의 아들인 레이먼드 플로이드가 US오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뜬 건 오후의 햇살 탓이기도 했지만 그 순간의 감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침 아버지의 날이었다. 플로이드는 그날 다시 태어났고, 코스도 마찬가지였다.
시네콕힐스에서 세 번째 오픈이 열린 건 1995년이었다. 일요일 18번 홀에서 코리 페이빈이 펼친 플레이를 떠올려보자. 드라이버, 4번 우드, 핀볼 머신보다 더 기울어진 그린에서 투 퍼트로 파. 나흘 동안 코스와 씨름한 페이빈은 이븐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일직선 샷과 무조건 날려 보내는 스타일의 플레이는 시네콕힐스에서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우승하지 못한다. 과감한 코리 페이빈은 두 타 차이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시네콕힐스에서 네 번째 오픈을 개최한 2004년까지도 코스는 여전히 7000야드에 못 미쳤지만 이해에는 갈증이 극심했다. 필 미컬슨은 또다시 2위를 하며 좌절했고, 우승은 레티프 구센에게 돌아갔다. 14년이 흐른 뒤에도(다섯 번째인 2018년) 미컬슨은 시네콕힐스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퍼터를 하키 스틱으로, 볼은 하키의 퍽으로 만들면서 폭주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주 : 미컬슨의 보기 퍼트가 홀을 지나쳐 내리막을 굴러가는 상황에서 미컬슨이 달려가 움직이는 볼을 퍼터로 쳐서 홀 쪽으로 보낸 상황). 브룩스 켑카가 토미 플리트우드를 한 타 차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톰 왓슨은 모든 걸 갖춘 진짜배기라고 극찬했다. 그 과묵한 톰 왓슨이. 하지만 켑카는 시네콕힐스에서 평소의 실력을 발휘했고, 그것이 그런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시네콕힐스에서 여섯 번째 US오픈을 치르는 6월이면 켑카는 서른여섯 살이 된다. 30대 선수와 US오픈은 대대로 인연이 깊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챔피언 플로이드. 페이빈. 켑카. 구센. 사진 | 게티이미지
왓슨은 자신의 유일한 US오픈 타이틀을 페블비치Pebble Beach에서 차지했는데(32살에), 미국 서해안에 페블비치가 있다면 동해 쪽은 시네콕힐스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시네콕힐스에는 파도가 몰아치는 웅장함이 없으며, 퍼블릭과는 정반대다(이 클럽은 구세대 백인 개신교와 엘리트주의, 그리고 철저한 배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네콕힐스와 인접한 세 곳의 클럽(내셔널골프링크스National Golf Links, 사우샘프턴Southampton골프클럽, 세보낵Sebonack골프클럽)도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시네콕힐스는 나무 한 그루 없는 260에이커의 완만한 구릉지를 따라 잘 배치돼 있으며, 매끈한 페어웨이는 바람길 역할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코스는 탄탄하다. 탄탄하면서 까다롭고 가혹하다. 켑카가 우승을 차지한 해의 일요일에 토미 플리트우드는 무려 63타를 기록했다. 그건 오거스타Augusta에서 60타를 친 것에 비할 수 있다.
그때 그는 스물일곱 살이었고, 지금은 서른다섯 살이며, 시네콕힐스에서 일곱 번째 US오픈이 열리는 2036년이면 마흔다섯 살이 될 것이다. 레이먼드 플로이드가 40년 전에 우승했을 때의 나이가 마흔세 살이었다. 그는 사우샘프턴에 집을 사고 이 클럽에 가입했다. 요즘도 멋진 로퍼를 신고 금속 프레임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주차장에서 클럽하우스로 가는 그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1986년 US오픈은 플로이드를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2018년 US오픈도 켑카를 그렇게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뮤어필드Muirfield 건물과 대체로 비슷한 이곳 클럽하우스는 시네콕에서도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방문객이나 회원은 물론 차를 몰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클럽하우스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등대처럼 미국 골프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든든한 흰색 기둥이 주변을 에워싸고, 동쪽과 서쪽에 깃대가 파수꾼처럼 서 있는 시네콕 클럽하우스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자부심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또 다른 방향, 그러니까 4번 홀의 백 티, 이를테면 이 코스의 시골구석이라고 할 수 있는 최북단 깊숙한 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살펴보자. 그 티에서 크레인이라도 타고 올라가 남쪽을 바라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창백한 코스, 근사한 클럽하우스, 동서로 지나가는 롱아일랜드 레일로드, 주유소와 쇼핑몰, 감자밭이었던 곳에 들어선 현대적인 저택, 해변의 모래사장, 그리고 대서양의 짙푸른 경이로움.
그러다 보면 저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아득해지던 마음속에서, 이 모든 것이 태동한 그 먼 나라가, 무모할 만큼 아름다운 그곳의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시네콕은 그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이곳에는 감자칩 같은 페어웨이, 볼을 집어삼키는 관목, 마법의 양탄자 같은 그린이 있으며, 게다가 US오픈에서는 술잔 모양의 트로피가 우승자를 기다린다. 이제 곧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골퍼가 이곳에 등장할 것이다. 그들은 막연한 환희의 약속을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글 | 마이클 뱀버거Michael Bamberger 에디터 | 박수민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다 그렇듯이, 시네콕힐스도 복잡다단한 매력을 온전히 느끼려면 가까이에서 봐야 한다. 가까이에서 자세히,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이곳이 매력적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믿기 힘들만큼 변덕스럽기도 하다! 모든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이 위대한 코스도 세월 속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시네콕힐스는 하루 중에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데, 날이 길어지는 초여름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는 올드Old 코스나 도녹Dornoch, 또는 트룬Troon과 비슷하다.
롱아일랜드에서도 사우스포크의 모래 지형에 자리 잡은 시네콕힐스는 골프의 발상지에 대한 오마주다. 실제로 몇몇 홀에는 스코틀랜드식 이름이 붙어 있다(벤 네비스, 레단). 하지만 페코닉, 세보낵, 몬토크, 시네콕처럼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럴 수밖에. 이 코스를 만든 사람들이 롱아일랜드에 거주했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인 시네콕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들은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온 설계도를 이용해 이 코스를 만들었다.
시네콕힐스에서 열렸던 1896년 오픈 관계자들은 이제 다 떠나고 없지만, 그다음으로 90년 만에 다시 이곳에서 열린 대회를 직접 경험한 사람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그해의 마스터스 챔피언이었던 잭 니클라우스는 1986년 US오픈의 첫 라운드를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오후에 치렀다. 9번 홀에서 플레이를 마친 후 스탠퍼드 화이트Stanford White가 설계한 클럽하우스를 지나 10번 홀에 오른 그는 자신의 티 샷이 누르스름해 보이는 널찍한 러프를 넘어 헝클어진 관목 사이로 날아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프로가 된 후 니클라우스가 골프볼을 잃어버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드라이버를 손에 들고 혼자 터벅터벅 티로 돌아가는 모습은 마치 반려견을 막 묻어주고 돌아오는 사람처럼 슬퍼 보였다. 사흘 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의 노련한 베테랑 프로의 아들인 레이먼드 플로이드가 US오픈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그가 눈을 가늘게 뜬 건 오후의 햇살 탓이기도 했지만 그 순간의 감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마침 아버지의 날이었다. 플로이드는 그날 다시 태어났고, 코스도 마찬가지였다.
시네콕힐스에서 세 번째 오픈이 열린 건 1995년이었다. 일요일 18번 홀에서 코리 페이빈이 펼친 플레이를 떠올려보자. 드라이버, 4번 우드, 핀볼 머신보다 더 기울어진 그린에서 투 퍼트로 파. 나흘 동안 코스와 씨름한 페이빈은 이븐파 280타로 대회를 마쳤다. 일직선 샷과 무조건 날려 보내는 스타일의 플레이는 시네콕힐스에서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는 우승하지 못한다. 과감한 코리 페이빈은 두 타 차이로 챔피언에 등극했다.
시네콕힐스에서 네 번째 오픈을 개최한 2004년까지도 코스는 여전히 7000야드에 못 미쳤지만 이해에는 갈증이 극심했다. 필 미컬슨은 또다시 2위를 하며 좌절했고, 우승은 레티프 구센에게 돌아갔다. 14년이 흐른 뒤에도(다섯 번째인 2018년) 미컬슨은 시네콕힐스와 미국골프협회USGA의 숙취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가 퍼터를 하키 스틱으로, 볼은 하키의 퍽으로 만들면서 폭주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주 : 미컬슨의 보기 퍼트가 홀을 지나쳐 내리막을 굴러가는 상황에서 미컬슨이 달려가 움직이는 볼을 퍼터로 쳐서 홀 쪽으로 보낸 상황). 브룩스 켑카가 토미 플리트우드를 한 타 차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톰 왓슨은 모든 걸 갖춘 진짜배기라고 극찬했다. 그 과묵한 톰 왓슨이. 하지만 켑카는 시네콕힐스에서 평소의 실력을 발휘했고, 그것이 그런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시네콕힐스에서 여섯 번째 US오픈을 치르는 6월이면 켑카는 서른여섯 살이 된다. 30대 선수와 US오픈은 대대로 인연이 깊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챔피언 플로이드. 페이빈. 켑카. 구센. 사진 | 게티이미지
왓슨은 자신의 유일한 US오픈 타이틀을 페블비치Pebble Beach에서 차지했는데(32살에), 미국 서해안에 페블비치가 있다면 동해 쪽은 시네콕힐스라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시네콕힐스에는 파도가 몰아치는 웅장함이 없으며, 퍼블릭과는 정반대다(이 클럽은 구세대 백인 개신교와 엘리트주의, 그리고 철저한 배타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시네콕힐스와 인접한 세 곳의 클럽(내셔널골프링크스National Golf Links, 사우샘프턴Southampton골프클럽, 세보낵Sebonack골프클럽)도 개성과 매력이 넘친다. 시네콕힐스는 나무 한 그루 없는 260에이커의 완만한 구릉지를 따라 잘 배치돼 있으며, 매끈한 페어웨이는 바람길 역할을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코스는 탄탄하다. 탄탄하면서 까다롭고 가혹하다. 켑카가 우승을 차지한 해의 일요일에 토미 플리트우드는 무려 63타를 기록했다. 그건 오거스타Augusta에서 60타를 친 것에 비할 수 있다.
그때 그는 스물일곱 살이었고, 지금은 서른다섯 살이며, 시네콕힐스에서 일곱 번째 US오픈이 열리는 2036년이면 마흔다섯 살이 될 것이다. 레이먼드 플로이드가 40년 전에 우승했을 때의 나이가 마흔세 살이었다. 그는 사우샘프턴에 집을 사고 이 클럽에 가입했다. 요즘도 멋진 로퍼를 신고 금속 프레임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주차장에서 클럽하우스로 가는 그의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1986년 US오픈은 플로이드를 슈퍼스타로 만들었다. 2018년 US오픈도 켑카를 그렇게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에 있는 뮤어필드Muirfield 건물과 대체로 비슷한 이곳 클럽하우스는 시네콕에서도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방문객이나 회원은 물론 차를 몰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이 클럽하우스는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등대처럼 미국 골프계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든든한 흰색 기둥이 주변을 에워싸고, 동쪽과 서쪽에 깃대가 파수꾼처럼 서 있는 시네콕 클럽하우스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자부심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또 다른 방향, 그러니까 4번 홀의 백 티, 이를테면 이 코스의 시골구석이라고 할 수 있는 최북단 깊숙한 곳에서 보이는 풍경을 살펴보자. 그 티에서 크레인이라도 타고 올라가 남쪽을 바라볼 수 있다면 모든 것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물결처럼 굽이치는 창백한 코스, 근사한 클럽하우스, 동서로 지나가는 롱아일랜드 레일로드, 주유소와 쇼핑몰, 감자밭이었던 곳에 들어선 현대적인 저택, 해변의 모래사장, 그리고 대서양의 짙푸른 경이로움.
그러다 보면 저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아득해지던 마음속에서, 이 모든 것이 태동한 그 먼 나라가, 무모할 만큼 아름다운 그곳의 풍경이 떠오를 것이다. 시네콕은 그 풍경을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이곳에는 감자칩 같은 페어웨이, 볼을 집어삼키는 관목, 마법의 양탄자 같은 그린이 있으며, 게다가 US오픈에서는 술잔 모양의 트로피가 우승자를 기다린다. 이제 곧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골퍼가 이곳에 등장할 것이다. 그들은 막연한 환희의 약속을 향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글 | 마이클 뱀버거Michael Bamberger 에디터 | 박수민